2009년 6월 1일.
이제까지 TEC로 불리던 신형 간선급행형 전동차가 운행을 개시하게 됩니다.
이름은 '누리로'로 붙여졌고, 전철화가 완료된 선구에서 무궁화호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2020년이 되면 지금의 무궁화호 시스템을 완전히 누리로로 대체하겠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번 새로 도입되는 열차에 가지고 있는 코레일의 의욕이 엄청난 듯합니다. 객차를 다 채우고 입석까지 조금 더 채워야 무궁화호가 영업상 흑자가 나게 되는데, 디젤이 아닌 전기로 여객영업을 하게 되면 손익분기점이 훨씬 내려가니 운영주체 입장으로서도 이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만하겠지요.
누리로의 상위등급으로 "XEC"라고 불리던 열차는 비츠로(Vitzro)라는 이름을 얻게 되어, 180km/h급으로 새마을호를 대체한다고 하는군요. 결과적으로 무궁화/새마을이 전량 폐차되는 2020년쯤이 되면 열차등급이 자동으로 비츠로/누리로로 대체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음. 그러고보니 어디서 이야기 나오던 '미소로'는 어디 갔지요 -ㅅ-;;; 그리고 이런 명명추세대로면 틸팅(TTX)은 어떤 이름을 얻게 될지도 주목되네요.
일단 '누리로' 등급 열차의 운행 지역은 서울 - 신창 간 왕복으로 결정났습니다.
6월은 프로모션, 그리고 시운전 기간의 개념으로 총 11회(하행 5회 / 상행 6회) 운행이 이루어지지만, 7월부터는 상, 하행 각 11회씩 총 22회가 운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2008년 12월부터 짜 놓았던, 2009년 2월 1일 누리로 운행시의 운행시각표를 비워 놓은 부분 그대로입니다.
솔직히 누리로의 첫 운영 영역을 이렇게 정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누리로가 운행하게 될 구간이 이미 전철들이 많이 운행하고 있는 구간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
(괜히 누리로 운행시각표를 전철과 병행선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미루어 보아, 누리로의 운행은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구축된 하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일단은 서울 - 천안 간에서 "하드웨어는 2복선으로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데 왜 고급의 좌석형 급행열차를 운행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한 응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겠지요. 이런 부분 때문에 누리로의 모습이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수도권전철의 좌석형 급행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면 왜 무궁화호 열차번호 체계에 누리로가 편입되었으며, 왜 무궁화호 운임을 수수하냐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여기에는 여객사업본부와 광역사업본부 간의 미묘한 갈등이 녹아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전 하계 무개념 다이아 사건처럼 말입니다. 안그래도 광역 쪽에서 수입이 많이 나오니까 여객 쪽에서도 눈독을 들이다가 이런 결과가 나온 듯한데... 음...
그렇지만 희망적인 부분들도 엿보입니다.
누리로는 코레일이 이제는 동차 중심으로 열차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하기야. 최근 우리나라에서 운행하고 있는 동차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이라곤 PP-DHC1밖에 없지요. NDC2는 잦은 고장과 차량 결함으로 인해 도입 초기에는 중앙/경춘/영동 쪽을 뛰다가 아예 영남지역으로 운행 구간을 바꾸어 버렸고요. CDC3같은 경우에는 NDC와 비슷한 제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통근열차 등급으로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굴리면 굴릴수록 적자가 가중되는 시스템이라 운행구간 자체를 한정시켜 운행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코레일이 동차 기피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그렇지만 이제는 회차의 편의성, 그리고 승무의 간편성 등에 코레일이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나 최근 나오고 있는 '조직 슬림화' 이야기들에 동차편성이 나름 부합한다는 것도 동차 중심의 여객영업 운영을 하려는 이유에 힘을 실어 줍니다.
또, 누리로는 이제까지의 철도 운행패턴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차는 기관차 견인 열차에 비해서는 회차가 자유롭습니다. 또 우리나라 철도에서 웬만한 역들은 다 반대편 플랫폼으로 진행해서 회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하지요. 전철화가 되어 있는 구간이기만 하면 나름의 수요 예측에 기반해 셔틀열차를 운행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지금 광역전철의 필요성이 자꾸만 대두되고 있는 대구권에서 김천~경산 간 열차를 운행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조금 더 유연한 열차운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D
다만, 누리로의 역할이 중장거리 열차로 가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코레일 쪽에서 의도하는 것도 이번 운행구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200km 이내의 단거리 노선인 것 같습니다. 디젤차보다 빠른 가/감속이 열차 운영의 편의성을 키워 주기는 하지만, 그런 걸 200km 이상 굴리고 있으면 열차 회전 면에서도 그닥 좋은 성과를 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정 선구에서만 운영되는 열차라는 한계를 넘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누리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리로는 충분히 그런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열차입니다.
필자도 누리로를 6월 1일에 타 보러 갑니다.
6월 1일 #1733으로 안양에서 신창까지 이동 후, 1시간 머물렀다 신창에서 #1736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혹시라도 같이 가실 분 있으면 조용히 연락 주시면 되겠습니다.
- PP는 Push-Pull, DHC는 Diesel Hyduralic Car의 줄임말입니다. 흔히들 "새마을호" 하면 떠올리게 되는 차량으로, 전후동력형 동력분산식 열차이지요. [본문으로]
- New Diesel Car의 줄임말로, 무궁화호로 주로 운행되었습니다. 일명 "나도싸"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슬슬 폐차 타이밍이라 보기가 힘듭니다. [본문으로]
- Clean/Commuter Diesel Car의 줄임말입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싸다싸"라는 은어로 불립니다. 최근에는 RDC(Refublishied Diesel Car)로 개조되어 무궁화호로 운영하거나, 바다열차로 개조되어 운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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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간선형 전기동차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긴 했습니다만 너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 같습니다. TEC, XEC, TTX 등등...아직도 헷갈리네요 -_-;;;
보고 저도 타고 싶어졌습니다.
다른 분이 첫차를 타고 시승기를 올려 놓은 것을 봤는데, 내부도 세련되고 열차 성능도 좋다고 하더랍니다. 고/저상홈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것 역시 좋아 보이고요(고장나기 쉬울 것 같은데 고장나면 큰일날 것 같습니다-_-;;
누리로의 등장은 전기동차의 본격적 운행이나 열차 등급 이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다분히 이념적인 이름을 가진 열차들이 꽤나 오래 다니고 있었지요. 이런 이름에 대해 딱히 긍정적이나 부정적인 입장은 없습니다만). 2020년경에는 누리로/비츠로가 기존 무궁화/새마을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장거리 구간이나 비전화 구간에서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집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코레일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굴려먹을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상태에서, 이러한 열차가 추후 경춘선이나 중앙선, 경의선 같은 장거리 교외 구간에서 특급으로 운행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솔직히 저는 "너무 일찍 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더군요
지연발차를 하질 않나, 지연회복주행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중간에 멈춰 서질 않나...
제가 탄 TEC 04호기가 안그래도 기계 관련 업체 직원들이 다 타서 점검을 겸해서 영업운전을 하더라는 것도 제 이런 생각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7월 이후에 누리로를 타 보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7월 영업개시를 염두에 두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뭐... 프로모션 겸 시운전 겸해서 영업운전을 하는 거고요.)
내일이나 모레 정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ps. (23시 20분 댓글에 23시 58분 추가입력)
2020년경... 정도 되면 전선 전철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라도 디젤이라도 굴리는 수밖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누리로의 역할상 교외 노선에 많이 투입될 것 같기는 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거리기는 하니까요. :D
잠깐 타 보았는데, 준비미흡이 걸리기는 하지만 나름 먹힐 것 같기는 합니다. 동차 특유의 높은 차량회전이나 운전 편의성을 어떻게 살려나가느냐, 그리고 영업 시스템을 어떻게 잡아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그 부분만 완벽히 된다면야,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운영을 자랑하게 되겠죠.
다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그것과는 뭔가 좀 거리가 멀다는 것이 심하게 걸리는군요.
이 다음에 썼던 포스팅에서 지적했던 바처럼 말입니다.